필자가 대기업에 들어온 이후로 근황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대기업에 이직한지도 10개월이 다 되어 가고 조금만 있으면 1년이 된다. 세월이 참 빠른 것 같다.
이전 세무사 진로 대기업 편에서는 실제 회사 실무와 관련된 이야기는 못했던 것 같아 간략하게 먼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재무팀에 있는 세무 파트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세무 파트 중 부가세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세무사 자격증을 가지고 대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포지션은 사실 회계보다는 세무 파트일 가능성이 높다.(이직 시장에서 대기업 회계 파트는 회계사를 좀 더 선호) 세무 파트에서는 크게 원천세, 부가세, 법인세 신고 업무를 하고 세무 이슈 대응, 세무조사 대비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세무법인, 회계법인에서는 여러 업체의 결산 업무를 혼자 도맡아 했고 세무 신고까지 다해야 했지만 기업체 재무팀에서는 보통 회계면 회계, 세무면 세무 등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다.(크게 회계, 세무, 자금 파트로 업무가 3등분 되어 있음) 세무 업무의 경우도 법인세, 부가세, 원천세 이런 식으로 세목별로 담당자가 구분되어 있다.
짧은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세무에서 가장 key가 되는 것은 부가세이다. 필자의 업무가 부가세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그런 이유가 객관적으로 있다.
1. 법인세는 사실 세무의 꽃이다. 그러나 회사 실무에서는 법인세는 보통 외부조정으로 회계법인에 맡기게 되기 때문에 담당자가 하는 일은 자료 준비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일을 할 때는 회계 파트 및 회계법인과 호흡을 맞추면서 진행해야 한다.
2. 원천세는 연말정산 및 지급명세서 제출시기를 제외하고는 매월 동일한 로직으로 신고하면 된다.(매월 해야 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조금 귀찮은 건 단점) 따라서 비전문가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업무 자체가 비교적 심플하다.
3. 부가세는 회사의 매출과 연관되어 있고 그와 관련하여 파생되는 업무도 다양하다.(매출 심사 자료 및 입찰을 위한 매출 자료 수시 제출 및 매년 회사매출과 과세표준과의 차이 내역 소명 등) 회사 거래의 속성을 잘 알아야만 하고 결산을 위한 다리 역할을 한다. 회계 파트가 아니면서도 회사 매출과 관련된 온갖 이슈에 대응해야 한다.
한편, 사업자등록 및 세금계산서 업무가 같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업무 자체가 이런 저런 시간이 많이 소요가 된다. 세무 업무 중 단연코 부가세가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진심으로 말하건대 필자는 부가세 담당자로서 현재 회사에 입사한 이래로 6개월까지는 첫 1~2달을 제외하고서는 정말 매월 퇴사하고 싶었다. 여태까지 부가세 신고를 3번 했는데 부가세 신고 달(10월, 1월, 4월)에는 신고기한인 25일(주말이 끼는 달이 많아서 26일~29일 사이) 전에는 쉬는 날이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
회사 부가세 신고의 가장 킬링 포인트는 매입 대사이다. 이전 공기업에서도 부가세 업무를 담당 했지만 회사 부가세 신고는 매입 대사를 얼마나 빨리 하냐에 따라 신고 속도가 결정된다. 현재 회사는 회사의 덩치에 비해서 매입 대사 프로세스가 이전 공기업에 비해서 굉장히 후진적이다. 더군다나 각종 신고 양식을 수기로 제작해야 하는 등 업무가 노동집약적인 측면이 많다.
하지만 넘기 힘든 산도 자꾸 넘고 또 넘다 보니(여태까지 3번) 조금은 적응이 된 느낌이다. 요새 항상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어떻게 하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이 질문에 대한 해결책은 엑셀 및 기존 ERP의 창의적 활용, 그것도 안 되면 전산 개발 요청이다. 시간은 24시간으로 제한적이다. 내 미래가 회사 업무에 저당 잡힐 수는 없다.
* 이전 대기업 이직 글에서는 세무사 자격증을 운운하면서 자랑 글을 시전했지만 사실 나를 뽑아주신 팀장님께 감사하다. 과거의 모습만 보지 않으시고 현재 회사에서 잘할 수 있을꺼라는 포텐셜을 보고 뽑아주셨는데 또다시 힘들다고 이직해버리는 게 과연 맞는걸까?
여태까지는 포로이직러였지만 이제는 정말 3년은 버텨보고 싶다. 많이 성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정말 힘든 10개월을 보내고 스카이 학벌과 세무사 자격증만 믿고 사회 생활을 만만하게 생각해 온 내가 뭔가 조금 단단해진 것 같다. 마인드셋도 갖춰지지 않은 내가 무슨 개업인가? 이제 뭔가 조금 철도 조금 든 것 같고 정신도 좀 차린 것 같다. 나 자신에게 토닥토닥, 칭찬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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