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세무사이다. 소시오패스 수준은 아니지만.. 분명히 확실히 떨어지는 느낌은 분명히 있다. 필자가 20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 장기간(2~3년 이상) 지속적으로 해온 경제활동은 과외 정도가 전부였다.(물론 간간히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었지만 짧게 짧게 한 게 많았다.) 필자는 과외나 혹은 칠판강의 이런 가르치는 류의 활동은 상당히 잘했던 것 같다. 실제로 성과도 있었다.(성적이 오른다던가 강의를 매우 잘해서 신입 강사들을 교육하는 자리에 선발됐다던가)
필자는 친구들을 왕성하게 만나지는 않았지만 필자의 사회성이 사회생활에서 충분히 잘 적응하지 못할 그런 사회성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비극은 수습세무사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애인을 사귀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여직원들과 잘 융화하지 못했다. 말의 맥락과 맥락 사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게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야 명약관화 해졌고 고집세고 가르치려는 성격적인 문제점이 많이 노출되었다. 남직원들과는 그런대로 잘 지냈던 것 같다. 하지만 디테일하지 못한 성격 탓에 여직원들의 감정적인 니즈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세무법인과 구멍가게 회계법인 재직 시절.. 나에게 맞는 거래처도 있었지만 맞지 않는 거래처도 있었다. 스무스(Smooth)한 케어는 못됐던 것 같다. 중간 중간 문제가 생겼다. 물론 거래처를 완벽하게 관리할 수는 없다. 좌절하고 금방 우울에 빠지는 성격도 한 몫 했다. 고난을 긍정적으로 이겨내는 성격도 아닌 거다. 필자가 인간관계 스트레스에 많이 취약하구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여자 직원과의 관계든 거래처에 대한 케어든 필자는 수습세무사와 근무세무사를 하기 전 사회 경험이 너무 부족했다. 과외 말고 하다 못해 서빙 알바라도 좀 해봤다면..?
수습세무사, 근무세무사, 중소기업, 공기업, 대기업.. 숱한 이직, 방황.. 이제야 조금은 중심을 잡은 것도 같다. 필자는 사회 경험도 부족한 데다 기본적으로 사회성이 좀 떨어지는 사람이었던 거다. 가르치는 일을 많이 해온 터라 무언가 얘기를 할 때도 가르치려는 태도로 이야기하는 버릇도 있어서 사회생활 초반에 그러한 버릇이 많이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잘 모르는 사람이 예의없게 보이는 그런 느낌? 바로 그 느낌 말이다. 얼마나 무례해 보였겠는가? 하물며 거래처는 오죽하리요? 그들은 피(Fee)를 내고 서비스를 받는 사람인데..
필자는 아무리 생각을 해보고 또 해봐도 사회성이 떨어지는 젊은 세무사가 개업 루트(수습세무사→ 근무세무사)를 밟으면 그 앞길이 얼마나 험난할지 가히 짐작이 된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젋은 회계사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 돈도 못벌고 커리어도 난리가 난다. 정말 정말 돈도 못버는데다가 커리어가 망가질대로 망가진다. 헤매고 또 헤매다가 망가진 커리어로 개업 외에 여러가지 길들(대기업, 금융권, 공기업 등)에 문을 두드린다. 세무사 따자마자 들어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그리 헤매다가..? 애초에 근무세무사 연봉이 작기에 연봉 협상 자체도 불리하다.
고학벌 세무사의 경우 위의 방황이 훨씬 더 크리티컬하다. 학벌이 조금 불리했던 세무사님의 경우 자격증 버프 받아서 원래 자신이 커버할 수 없었던 회사들에 여러가지 것들을 트라이해볼 수 있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고학벌 세무사의 경우 세무사가 취업시장에서의 학벌의 가치에 크게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은 아닌 것 같다.(회계사와는 천지 차이) 물론 장기적으론 도움이 된다. 자격증이 있는 것과 없는 것과의 차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학벌이 조금 불리한 세무사님들과 비교할 때 고학벌 세무사의 상실감은 훨씬 큰 건 사실이다.(물론 현실은 실전입니다. 학벌이고 뭐고 간에 뛰어난 사회성과 영업력이 중요~!)
사회성이 떨어지는 세무사들에게 추천하는 루트는 두 가지다.
1. 수습, 근세를 정말 짧게 1년~1년 반 정도만 해보고 대기업, 금융권 경력직 등으로 바로 이직할 것
2. 대기업, 금융권 등에 아예 처음부터 입사할 것
1번의 경우 안좋은 대기업, 금융권에는 가지 마라. 근데 보통 세무사들의 경력이 미천한 경우가 많아서 안좋은 조건들을 수락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개업하지 않는 이상 수습, 근세의 경험이 이미 커리어에 그다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음) 그래도 사회성이 떨어지는 세무사들의 경우 추후 개업을 언젠가는 생각한다면 1번이 그래도 2번보다는 낫을 것이다. 그러나 개업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없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세무사는 절대 수습과 근세를 경험하지 마라. 그냥 2번을 계속해서 트라이해라. 그래서 정말 좋은(돈도 많이 주고 복지도 괜찮은) 대기업, 금융권으로 가라
나는 개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어쨌든 나는 1번을 경험했다. 후회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나는 언젠가는 개업을 하고 싶다. 그래, 후회가 없기로 하자. 한편, 나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세무사다. 그래, 나는 사회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나의 사회적 지능은 계속 올라가고 있고 개업하기에 충분한 레벨로 날마다 날마다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여러 투자활동을 통하여 개업=취미생활이라는 관점으로 40 이전에 경제적 자유를 달성할 나이기에.. 개업은 최소한의 경제활동이면 된다. 대기업에서 받는 월급과 그 속에서의 경험은 개업을 위한 철저한 준비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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