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세무법인과 (영세한) 회계법인에서 수습세무사와 근무세무사 시절을 보내면서 방황을 많이 했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모 공사에 합격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1년 4개월 정도 근무를 한 경험이 있다.

필자가 합격한 모 공사의 경쟁률은 일반사무직 기준으로 500:1이었다. 4명을 뽑는데 2,000명이 넘는 인원이 지원했다.
그러나 필자가 응시한 세무직은 경쟁률이 표면적으로는 6:1(이것도 500:1에 비하면 엄청 낮은 거 아닌가?), 실제로는 2~3:1 정도가 되었다.
세무사 자격증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나 응시할 수 없기에 이토록 경쟁률이 낮았다. 이게 바로 자격증의 힘이다.
* 더군다나 사원 직급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경력이 있는 세무사들에게는 매력도가 조금은 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 필자는 더군다나 면접자 중에 유일한 남성이었기 때문에 최종 2명을 뽑는 경쟁에서 성비상의 비교우위가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필자가 공기업에 1년 4개월을 다니고 느낀 바는 다음과 같다.
(장점) 
1) 안정성. 정말 안정적이다. 준공무원이라고 보면 된다. 왠만하면 잘리지 않는다.
2) 어느 정도의 급여. 필자가 합격한 곳은 '공사'중 하나여서 그런지 2년 정도 다니면 연봉 5천 정도는 보장이 되는 곳이었다.
3) 평화로운 사람들. 필자는 현재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공기업에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성정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성품 자체가 괜찮은 사람들이 많다.
4) 어느 정도의 워라벨(새벽까지 근무하는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필자는 그 바쁘다는 재무팀에 있었어도 11시 이후 근무나 새벽 근무를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과장 정도(7~8년차) 달면 거의 칼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단점)
1) 자기개발 안 됨. 이건 정말 너무 크다. 일이 너무 단순한 게 많고(회의 자료 작성 등) 일 자체가 너무 요식행위인 게 많다.(이건 직급이 낮고 높고의 문제가 아니다.)
2) 안정성에 취해 인생 자체가 안주해버리는 인생이 된다.(물론 욕심 없으면 공기업은 정말 최고인 것 같다...)

솔직히 단점에 비해 장점이 더 많은 게 공기업인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그 좋다는 회사를 1년 반도 안 돼 때려치웠다.
내 자신이 너무 정체되는 느낌이었다. 너무 답답했다. 마치 새장 안에 갇힌 새같았다.

욕심이 없는 세무사라면 추천할 만한 진로가 공기업이다. 다만, 커리어는 포기하라. 하지만 당신이 세무사라면 남들보다 아주 쉽게 공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길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일단 근무세무사는 수습세무사의 연장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급여가 어느 정도 정상화된다고 보면 되는데 사실 중소기업 혹은 그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어느 정도냐면 보통 연봉에는 퇴직금은 제외하고 이야기하기 마련인데 퇴직금 포함 3,000만원, 이런 식으로 연봉을 책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역시나 개업 목표가 뚜렷하지 않고 당장의 보상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근무세무사 시절도 굉장히 견디기 어려운 시간들이 될 수 있다.

일은 크게 수습세무사와 다르지 않다.(6개월간 노예로 일하면서 빡세게 배웠으니 아무래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느낌으로 일할 수는 있을 것이다.)

많은 세무사들이 '세무사=개업'이라고 막연히 진로를 생각한 채 근무세무사로서 자신의 세무사 커리어를 쌓아간다.
그러나 근무세무사 생활도 개업을 위한 준비과정으로서 최적의 코스인 것이지 사실상 자기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무사들이 수습을 받는 세무사 사무실이나 영세한 회계법인에서 메인 롤(주로 거래처 관리)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세무회계 사무원이다.(이분들을 무시하는 의도는 절대 아니지만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바로 일하시는 분들도 많다.)
세무사들은 그들 옆에서 물어보면서 배운다. 물론 대표세무사가 일을 직접 알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반면 많은 회계사들이 수습 혹은 근무를 하는 대형 회계법인에서 메인 롤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회계사이다. 회계사들은 회계사들한테서 배우며 또 그들과 경쟁한다. 또한 다루는 기업의 크기도 굉장히 크며 업무의 난이도도 매우 높다.

급여 수준도 당연히 차이가 난다. 회계사가 세무사보다 높다.

자신이 영업에 잘 맞지 않고
개업에는 자신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으며
자신의 능력을 진정 개발하고 싶은 세무사라면,
제발 근무세무사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진정 인생의 시간 낭비다.(물론 개업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근무세무사 생활은 분명 도움이 된다.)

제발 '세무사=개업'이라는 공식은 버려라. 필자도 인정한다. 세무사는 개업이 꽃인 직업이라고...
그러나 세무사 개업 환경이 많이 악화되었고 자격증이란 것이 결코 성공을 보장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가까운 예로 변호사들을 보면 된다.
특히나 강제 개업을 해야되는 나이가 아닌 20대~30대에 있는 세무사들은 큰 곳(대기업이나 대형 회계법인)이나 유사 직역군(금융권 등), 아니면
세무공무원 등을 하면서 경험도 쌓고 돈도 어느 정도 벌어서 개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세무사 업을 통해서 성공을 하는 것은 요새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생계형 세무사(개업해서 소소히 먹고 사는...)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물론 생계형 세무사라고 결코 무시할 건 아니다. 요새 대기업 나오면 뭐 먹고 사나? 치킨집 해야 된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세무사 자격증은 이렇게 개인의 라이프에서 든든한 무형자산, 즉 보험이 된다.

직장을 다녀도 세무사 자격증이 있으면 이직하기가 매우 수월하며 직장에서 언제 나와도 세무사 자격증은 단순히 치킨집 이상의 선택지를 준다.
여러 선택지를 준다는 것. 현 시점에서 세무사 자격증의 가치는 그런 데에 있다.

세무사 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번다? 그러한 부분에선 필자는 회의적이다.(물론 어디서든 될놈될... 돈 많이 버는 세무사님들은 있다.)

다시 한 번 정리한다. 근무세무사가 하는 일은 수습세무사가 하는 일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며 그 수준 자체도 세무회계 사무원이 하는 일의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개업할거면 하고 그럴 생각이 확고하지 않은 세무사라면 차라리 최대한 빨리 대기업 등에 들어가서 돈도 벌고 여러가지 경험을 쌓아라.(필자는 공기업에도 있어봤지만 안정성이 삶의 목적이 아닌 이상은 비추이다.)

개업은 세무사로서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이며 굳이 그 카드를 쓰기 위해 개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나 계속 고민하며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혹여나 누가 거래처를 공짜로 준다고 하면 모를까?)

* 필자는 2015년도 세무사 합격자임을 미리 밝혀둔다.

 

세무사를 합격하고 나서 보통은 수습세무사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물론 간혹 수습을 받지 않고 대기업 등에 바로 들어가거나 세무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세무사 합격을 하게 되면(합격의 기쁨은 정말 잠시이다.) 보통은 정신이 없어 다수가 하는 대로 따라 가게 된다.

 

금융 설명회에 참석해서

1. 마이너스 통장(일명 마통)을 개설하게 되고

 

세무사회에서 1달여간 진행하는

2. 집체 교육에 참석한다.

 

그리고 보통 집체 교육 전후로

3. 수습처를 구해서 6개월간의 노예 생활을 기약한다.

 

합격자들은 세무사=개업이라는 틀에 박힌 공식에 사로잡혀 6개월짜리 노예 생활에 자연스럽게 입문하게 된다.
(20대~30대의 세무사 합격생이라면 개업이라는 진로 이외에도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기 때문에 수습 생활을 꼭 하지 않아도 됨)

 

수습세무사 생활이 왜 노예 생활이냐면

1. 보통은 11월~12월 중에 세무법인(구멍가게) 혹은 회계법인(회계사들이 들어가서 일하는 로컬 수준이 아닌 구멍가게 회계법인)에 들어가 1월~6월(세무 신고로 가장 바쁜 기간)까지 일을 하게 되는데 일은 정말 박터지게 하면서(초과수당 없는 야근은 당연)

 

2. 급여는 월 100만원 내외로 받게 된다.

 

3. 세무법인이나 회계법인에 있는 직원들에게 갖은 무시를 당하는 것은 덤이다.

 

세무사 합격을 했으면 주위에서는 좋게 본다. 하지만 보통은 수습세무사로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경제 수준은 정말 처참하다.

 

필자는 SKY 졸업에 세무사를 합격하고도 수습세무사 생활을 하면서 세후 77만 6천의 급여(급여도 아닌 것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인 프리랜서 사업소득으로 신고됨)를 받으면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 오히려 일을 하면 할수록 빚을 지는 상황이 되었다.(가령 영업을 해야하는데 회사에서 차량 지원을 안 함→ 자력으로 구입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마통으로 구입)

 

수습 시절 배우는(사실 세무사가 세무법인에 들어가서 보통 배우는) 일이란 보통은 거래처를 관리하면서 발생하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다. 
1. 기장대리(장부작성 및 결산)
2. 세무신고(원천세, 부가세, 개인사업자: 소득세, 법인사업자: 법인세)
3. 사대보험(원래는 노무사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용역업계의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이름이 아쉽지 않게 돈도 안되는데 세무사들이 하는 일이 되버렸다. 
실제 실무에서 일하다 보면 내가 세무사인지 노무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사대보험 업무가 손이 꽤나 많이 가는 일이라는 걸 느낄 것이다.)
4. 세무컨설팅(세금계산서 관련 상담이 주종을 이룸)
5. 노무 및 법무컨설팅(세무사는 물론 노무사가 아니다. 법무사도 아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이나 등기 업무 등 사업과 관련된 제반 업무를 상담하게 된다.)
6. 양도 및 증여 관련 업무(간혹 발생한다. 많지는 않다. 물론 양도나 증여를 전문으로 하는 세무법인에 들어간다면 많이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루트는 아니다.)
7. 사업자등록(기본적으로 사업자가 하는 거지만 차별화 포인트라면서 사업자 등록 업무를 대행하는 세무법인도 굉장히 많다. 
병의원전문 세무법인과 같이 기장이나 조정료 단가가 센 세무법인에서는 거진 사업자등록 업무부터 대행해준다.)

이토록 많은 일을 배우고(스스로 깨우치기도 하면서) 급여는 100만원 남짓 받게 된다. 
수습세무사 생활은 이토록 처참하다. 도대체 왜 이렇게도 처참할까?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수습이든 근세(근무세무사의 준말)든 바로 개업하는 거고 개업을 위한 훈련생(Apprentice)의 개념이기 때문에 이토록 급여가 짠거라고.. 근데 수습 받는다고 요새 개나소나 개업하기 쉬운 시대가 맞는가?(요샌 개업해도 폐업하거나 생계형 세무사 꽤 많음) 그건 절대로 아닐 것이다. 
요새는 많이 변했다. 수습→ 근무세무사→ 개업, 이런 루트가 쉽지 않다.
수습세무사들은 개업을 위한 훈련생이 아니라 정당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근로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수습급여가 정상화될 수 있다.

물론 개업 목표가 확고한 분들의 경우 이러한 고단한 생활을 잘 감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개업 목표가 뚜렷하지 않고 당장의 보상을 바라는 사람(개업을 위한 훈련생이 아닌 정당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근로자의 개념)이라면 수습 시절이 굉장히 견디기 어려운 시간들이 될 수 있다.(필자처럼)

* 세무사 개업의 경우 직원을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한데 수습세무사 시절부터 직장에서 친하게 지낸 직원들을 나중에 개업한 뒤에 데려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다음 편에는 근무세무사 편을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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