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2015년도 세무사 합격자임을 미리 밝혀둔다.

 

세무사를 합격하고 나서 보통은 수습세무사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물론 간혹 수습을 받지 않고 대기업 등에 바로 들어가거나 세무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세무사 합격을 하게 되면(합격의 기쁨은 정말 잠시이다.) 보통은 정신이 없어 다수가 하는 대로 따라 가게 된다.

 

금융 설명회에 참석해서

1. 마이너스 통장(일명 마통)을 개설하게 되고

 

세무사회에서 1달여간 진행하는

2. 집체 교육에 참석한다.

 

그리고 보통 집체 교육 전후로

3. 수습처를 구해서 6개월간의 노예 생활을 기약한다.

 

합격자들은 세무사=개업이라는 틀에 박힌 공식에 사로잡혀 6개월짜리 노예 생활에 자연스럽게 입문하게 된다.
(20대~30대의 세무사 합격생이라면 개업이라는 진로 이외에도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기 때문에 수습 생활을 꼭 하지 않아도 됨)

 

수습세무사 생활이 왜 노예 생활이냐면

1. 보통은 11월~12월 중에 세무법인(구멍가게) 혹은 회계법인(회계사들이 들어가서 일하는 로컬 수준이 아닌 구멍가게 회계법인)에 들어가 1월~6월(세무 신고로 가장 바쁜 기간)까지 일을 하게 되는데 일은 정말 박터지게 하면서(초과수당 없는 야근은 당연)

 

2. 급여는 월 100만원 내외로 받게 된다.

 

3. 세무법인이나 회계법인에 있는 직원들에게 갖은 무시를 당하는 것은 덤이다.

 

세무사 합격을 했으면 주위에서는 좋게 본다. 하지만 보통은 수습세무사로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경제 수준은 정말 처참하다.

 

필자는 SKY 졸업에 세무사를 합격하고도 수습세무사 생활을 하면서 세후 77만 6천의 급여(급여도 아닌 것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인 프리랜서 사업소득으로 신고됨)를 받으면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 오히려 일을 하면 할수록 빚을 지는 상황이 되었다.(가령 영업을 해야하는데 회사에서 차량 지원을 안 함→ 자력으로 구입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마통으로 구입)

 

수습 시절 배우는(사실 세무사가 세무법인에 들어가서 보통 배우는) 일이란 보통은 거래처를 관리하면서 발생하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다. 
1. 기장대리(장부작성 및 결산)
2. 세무신고(원천세, 부가세, 개인사업자: 소득세, 법인사업자: 법인세)
3. 사대보험(원래는 노무사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용역업계의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이름이 아쉽지 않게 돈도 안되는데 세무사들이 하는 일이 되버렸다. 
실제 실무에서 일하다 보면 내가 세무사인지 노무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사대보험 업무가 손이 꽤나 많이 가는 일이라는 걸 느낄 것이다.)
4. 세무컨설팅(세금계산서 관련 상담이 주종을 이룸)
5. 노무 및 법무컨설팅(세무사는 물론 노무사가 아니다. 법무사도 아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이나 등기 업무 등 사업과 관련된 제반 업무를 상담하게 된다.)
6. 양도 및 증여 관련 업무(간혹 발생한다. 많지는 않다. 물론 양도나 증여를 전문으로 하는 세무법인에 들어간다면 많이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루트는 아니다.)
7. 사업자등록(기본적으로 사업자가 하는 거지만 차별화 포인트라면서 사업자 등록 업무를 대행하는 세무법인도 굉장히 많다. 
병의원전문 세무법인과 같이 기장이나 조정료 단가가 센 세무법인에서는 거진 사업자등록 업무부터 대행해준다.)

이토록 많은 일을 배우고(스스로 깨우치기도 하면서) 급여는 100만원 남짓 받게 된다. 
수습세무사 생활은 이토록 처참하다. 도대체 왜 이렇게도 처참할까?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수습이든 근세(근무세무사의 준말)든 바로 개업하는 거고 개업을 위한 훈련생(Apprentice)의 개념이기 때문에 이토록 급여가 짠거라고.. 근데 수습 받는다고 요새 개나소나 개업하기 쉬운 시대가 맞는가?(요샌 개업해도 폐업하거나 생계형 세무사 꽤 많음) 그건 절대로 아닐 것이다. 
요새는 많이 변했다. 수습→ 근무세무사→ 개업, 이런 루트가 쉽지 않다.
수습세무사들은 개업을 위한 훈련생이 아니라 정당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근로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수습급여가 정상화될 수 있다.

물론 개업 목표가 확고한 분들의 경우 이러한 고단한 생활을 잘 감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개업 목표가 뚜렷하지 않고 당장의 보상을 바라는 사람(개업을 위한 훈련생이 아닌 정당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근로자의 개념)이라면 수습 시절이 굉장히 견디기 어려운 시간들이 될 수 있다.(필자처럼)

* 세무사 개업의 경우 직원을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한데 수습세무사 시절부터 직장에서 친하게 지낸 직원들을 나중에 개업한 뒤에 데려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다음 편에는 근무세무사 편을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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